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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쓴 티가 난다는 말 — 무엇이 신호이고, 어떻게 걷어내나
구성도 문법도 멀쩡한데 “AI로 썼네”라는 말을 듣습니다. 독자가 근거를 대지는 못해도 몇 문단이면 알아채죠. 무엇이 신호가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울 수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1. 독자는 무엇을 보고 알아챌까
"AI로 썼네"라는 말은 대개 내용이 아니라 문장에서 나옵니다. 독자가 근거를 조목조목 대지는 못해도 몇 문단만 읽으면 위화감을 느끼는데, 그 위화감의 정체는 대체로 아래 몇 가지입니다.
리듬이 지나치게 고르다
사람이 쓴 원고는 문장 길이가 들쭉날쭉합니다. 길게 늘어놓다가 갑자기 세 글자로 끊고, 한 문단이 한 문장뿐이기도 합니다. AI가 쓴 글은 문장 길이가 비슷비슷하게 유지되고 문단마다 길이도 고릅니다. 내용을 읽기 전에 모양에서 먼저 티가 납니다.
같은 구문이 반복된다
"~가 아니라 ~였다", "~했고, ~했다", "~인 동시에 ~인" 같은 대구가 계속 돌아옵니다. 한 편에 두세 번이면 문체지만, 문단마다 나오면 버릇입니다. 영어권에서 "not X but Y"를 AI 신호로 꼽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신체 반응이 늘 같은 목록에서 나온다
심장이 쿵 내려앉고, 등골이 서늘해지고, 숨이 턱 막히고, 손끝이 떨립니다. 전부 실제로 쓰이는 표현이지만 한 작품에서 이 목록만 돌면 금방 들킵니다. 감정을 몸의 상투구로 바꿔 놓는 습관이라고 보면 됩니다.
문단마다 마무리를 짓는다
장면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문단 끝마다 정리하는 문장이 붙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무언가 달라지고 있었다." 소설은 원래 마무리를 미루면서 끌고 가는데, AI는 매 문단을 완결시키려 듭니다.
번역투가 섞인다
"~에 다름 아니다", "~되어지다", "그것은 ~였다", "~라고 할 수 있다". 학습한 글의 상당 부분이 번역문이라 생기는 흔적입니다. 한국어 원고에서는 유독 눈에 걸립니다.
모두가 같은 말투로 말한다
대사가 특히 잘 드러납니다. 인물마다 말버릇·군말·말끝 흐림이 있어야 하는데, AI가 쓴 대사는 전부 문법적으로 반듯하고 마침표로 얌전히 끝납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지나치게 정확한 것도 같은 맥락의 신호입니다.
2. 왜 그렇게 쓰게 될까
언어 모델은 다음에 올 확률이 가장 높은 말을 고릅니다. 확률이 높다는 건 많은 글에서 그렇게 썼다는 뜻이고, 그 결과는 평균입니다. 거기에 "누구에게도 불쾌하지 않게" 조정하는 과정이 더해지면서 문체의 뾰족한 부분이 깎여 나갑니다.
그래서 결과물은 못 쓴 글이 아닙니다. 오히려 문법도 구성도 무난합니다. 문제는 무난함 자체입니다. 커뮤니티에서 "만점 기준 5~7점짜리 평범한 글"이라거나 "구성은 좋은데 읽을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게 이 지점입니다. 독자가 다음 화를 누르게 만드는 건 평균이 아니라 그 작가만의 어긋남이니까요.
3. 걷어내는 법
①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지워 본다
AI는 도입과 정리를 붙이는 버릇이 있습니다. 문단의 첫 문장과 끝 문장을 지워도 뜻이 통한다면 대개 지우는 편이 낫습니다. 이것만 해도 글이 눈에 띄게 단단해집니다.
② 문장 길이를 일부러 흩뜨린다
긴 문장이 세 번 이어졌다면 하나를 잘라 짧게 만드세요. 반대로 짧은 문장이 계속되면 하나를 길게 이어 붙입니다. 리듬은 손으로 만드는 것이고, 이 작업은 AI에게 맡기기 어렵습니다.
③ 나만의 금지어 목록을 만든다
원고를 읽다가 걸리는 표현이 나오면 목록에 적어 두고, 이후 요청마다 함께 넘깁니다. 목록은 짧을수록 잘 지켜집니다 — 열 개 안쪽으로 유지하세요.
④ 대사는 반드시 손으로 손본다
인물마다 말버릇을 하나씩 정해 두면 훨씬 쉽습니다. 말끝을 흐리는 인물, 문장을 짧게 끊는 인물, 존댓말 안에 반말을 섞는 인물. 대사 몇 줄만 사람 손을 타도 장면 전체의 인상이 바뀝니다.
⑤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그녀는 불안했다"를 지우고 그 자리에 행동을 넣으세요. 손에 쥔 컵을 내려놓는다든가, 같은 말을 두 번 한다든가. AI에게 요청할 때 "감정을 직접 말하지 말 것"을 넣어 두면 초고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⑥ 역할을 나눈다 — 구조는 AI, 문장은 작가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자료 정리, 구성 잡기, 초고 뽑기까지는 AI에게 맡기고 문장은 마지막에 반드시 직접 통과시키는 겁니다. 소리 내어 읽어 보면 어색한 자리가 정확히 걸립니다.
4. 판별기 이야기, 그리고 한계
"판별기를 통과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권하지 않습니다. AI 판별 도구는 정확도가 들쭉날쭉하고, 사람이 직접 쓴 글을 AI로 잘못 지목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도 판별 결과 하나로 계약이 흔들린 사례가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통과 여부를 목표로 삼으면 글이 아니라 시험을 쓰게 됩니다.
목표는 판별기가 아니라 독자입니다. 그리고 위의 방법들은 확실히 듣지만, 결국 손이 많이 갑니다. 금지어 목록을 매번 프롬프트에 붙여야 하고, 문단마다 첫 문장과 끝 문장을 확인해야 하고, 대사는 따로 훑어야 합니다. 화수가 쌓일수록 이 반복 작업이 집필 시간을 잠식합니다.
고치는 지시를 매번 다시 쓰지 않으려면
반디로에는 내 버튼이 있습니다. 금지어 목록이나 “감정을 직접 말하지 말 것” 같은 문체 지시를 버튼으로 저장해 두고, 새로쓰기·고치기 어디서든 켤 수 있습니다. 원고는 문단 단위로 다루니 걸리는 문단만 골라 손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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